金캐는 박테리아… 미생물 이용 귀금속 찾아내 [ 2004.06. 9.수 ]
‘귀금속이 가득한 쓰레기.’

버려진 컴퓨터나 휴대전화 등 폐전자제품을 가리키는 말이다. 내부에 금 은 구리 등
값비싼 금속이 들어 있어 그냥 폐기처분하기에는 아까운 자원이다. 금을 예로 들면 12
만대의 폐휴대전화에서 1kg의 순도 99.99%짜리 금괴 하나를 얻을 수 있다. 돈으로 따
지면 1200여만원에 해당한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토종 미생물을 이용해 폐전자제품에서 고가 금속을 캐는 기술을
개발해 화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소재연구부 김동진 박사와 대진대 신소재
공학과 안재우 교수 공동연구팀은 3일 대전 지질자원연구원에서 열린 ‘제8회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 심포지엄’에서 국내 광산지역 등에 사는 박테리아(Thiobacillus
ferrooxidans)를 이용한 금속 회수법을 소개했다.

연구팀은 프린터의 인쇄회로기판(PCB)을 박테리아 수십억마리가 우글대는 5L 규모의
반응기에 넣었다. 5, 6일이 지나자 흥미롭게도 구리 알루미늄 코발트 니켈 등 PCB 구
석구석에 박혀 있던 다양한 금속이 녹아 나왔다. 비결은 박테리아의 별난 식성. PCB
에 있는 철분을 먹고는 각종 금속을 녹일 수 있는 산성물질을 뱉어낸다.

김 박사는 “이번 방법의 가장 큰 장점은 환경오염을 크게 줄이는 데 있다”고 말했
다.

기존 주요 방법의 하나는 금속을 강한 산성물질로 녹여 정제하는 습식법. 이에 비해
박테리아는 산성도가 100분의 1 정도로 낮은 용액을 분비한다. 산성의 강도를 나타내
는 수소이온지수(pH)가 4 정도다(7이 중성). 이 환경은 박테리아가 생존하기에 적당
한 조건이어서 계속 분열하며 자랄 수 있다. 먹이(PCB)만 계속 넣어주면 저절로 값진
금속이 녹아나오는 일종의 ‘자동화 시스템’이다. 다만 습식법을 사용했을 때에 비
해 금속 회수율은 80% 정도였다. 하지만 전체비용을 볼 때 20∼30%가 싸기 때문에 결
코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과제의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연구원 자원활용소재연구부의 이재천 부장은 “프린터
와 달리 개인용 컴퓨터나 휴대전화 PCB에는 금 은 팔라듐 등 귀금속이 많다”며 “돈
으로 환산하면 프린터 한 대에서 2000원, 컴퓨터는 2만∼3만원, 휴대전화는 300원꼴”
이라고 말했다. 한 해에 폐기되는 컴퓨터가 100만대, 휴대전화가 800만대로 예측되는
현실에서 막대한 금액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습식법에 비
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 1, 2시간이면 충분했는데 5, 6일이나 걸리기 때문이
다. 김 박사는 “이번 박테리아는 섭씨 25∼40도에 사는 종류”라며 “만일 70∼80도
에도 견디는 종류를 이용한다면 반응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
했다. 고온의 환경일수록 박테리아의 대사과정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구팀
은 현재 “외국 열대지역이나 화산지대에 사는 박테리아를 얻는 일이 급선무”라고 입
을 모으고 있다.


출처: 동아일보 (2004. 6. 08)